▲ 시멘트가 끝나는 자리에서 더 나오질 않습니다.
임시로 큰 창고를 녀석의 집으로 만들어 주었더니 잔디밭 밖으로 나오질 않더군요. 열심히 쫓아 오다가도 잔디밭이 시작되면 멈춰 버립니다. 아무리 오라고 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너무 사람들에게 반갑다고 달려들어도 문제니 저 정도의 자기 영역을 지킬 줄 알면 자유를 속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뜰에 나와 산책을 하고 있으면 물끄러미 응시하는 똘이의 눈이 참 예쁩니다. 그렇게 일주일여를 함께 지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창고의 문도 들락거릴 정도로 열어 놓았더니 잠을 잘 때에는 창고에 넣어둔 보자기 같은 것에 올라가서 잠을 잡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이면 나와 물끄러미 주인이 무얼 하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 드디어 잔디밭으로 진출, 잔디밭의 맛을 알았겠지요?
일주일쯤 지나자 이젠 잔디밭까지 진출했습니다. 밖으로만 안 나가면 묶어 놓지 않을 작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쏘다니면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자유를 속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이라 차가 많지 않긴 하지만 종종 도로변에서 차에 친 고양이나 개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자기의 영역을 넓혀 가는 똘이의 모습이 맘에 듭니다. 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조금 큰 소리로 "집에 가라!"하면 꼬리를 감추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갑니다. 밤에도 문 밖에서 서성이다가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면 얼른 창고의 제집으로 달려갑니다.
어느 날 밤 똘이가 짖어댑니다.
"짖을 줄도 아네."
사실 우리가 바랐던 것 중의 하나입니다. 한달여 전부터 집 주변에 고양이들이 밤에 와서 울어 대기 시작하는데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와 너무 비슷해서 소름이 쫙쫙 끼쳤거든요. 혹 고양이들에게 똘이가 해코지 당할까 은근히 걱정도 됐는데 고양이들이 똘이의 짖는 소리에 놀라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똘이는 자기의 역할을 다한 겁니다.
점점 사이가 가까워지고, 이젠 제법 아이들에게도 꼬리를 치며 반갑게 대합니다. 이럴 때는 강아지를 키우는 맛이 납니다. 졸졸거리며 뒤를 따라오는 똘이, 주인의 곁을 맴돌면서 세상 구경을 하는 똘이를 보면 그냥 동물이 아니라 한 식구처럼 느껴집니다.
▲ 똘이의 재롱피기
똘이는 너무 좋으면 잔디밭에 길게 누워 앞다리만 가지고 기어다니며 재롱을 피웁니다. 똘이에게는 사료를 사서 먹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금씩 음식을 남겨서 사람 먹는 것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밥을 맛나게 먹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그거 다 먹을껴?"
"왜?"
"똘이 것 남겨야지."
"알았어."
똘이가 먹을 만큼 밥을 남겼더니 배가 좀 허전하긴 합니다.
강아지들을 키우고 정이 들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만 그들은 주인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주인을 물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밥을 주고, 쓰다듬어 주고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은 잘 기억해 두었다 언제든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대합니다. 믿음과 신의를 알지 못하는 인간과는 달리 우리 똘이는 충직한 존재로 커갔으면 합니다.
/김민수 기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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